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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트레스트에서 디자이너들이 떠나고 있다

by Nabaram 2025. 5. 27.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시각적 영감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에게 창의적 아이디어의 보고로 사랑받아왔다. 나의 핀트레스트 계정에는 역사, 건축, 인물, 해부학, 패션, 동물, 디자인, 캐릭터 등 디지털 아트를 위한 개인적인 자료들 뿐 아니라 공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만들어진 보드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핀트레스터를 방문하여 검색하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AI이미지들을 가려내다가 지쳐 있다. 가끔 들어간다고 해도 오히려 이전에 정리해 둔 보드를 둘러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최근 핀트레스터는 알고리즘 중심의 커머스화와 AI 생성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플랫폼을 떠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는 핀터레스트의 운영 방향성이 변했고 그로인해 콘텐츠의 질적 변화가 꾸준히 누적되어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본 글은 스스로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작성되었고 이별을 위한 자료도 포함한다. 우선 핀터레스트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이슈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글을 앞에 배치한 것이 그 이유다. 그리고 디자이너 이탈 현상이 내가 직감한 것만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디자인 잡지, 뉴스,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다룬다.


1. 핀터레스트의 역사와 사회적 반응 (시간순 정리) 


2010년: 핀터레스트의 탄생과 초기 반응
핀터레스트는 2010년 벤 실버먼(Ben Silbermann), 폴 시아라(Paul Sciarra), 에반 샤프(Evan Sharp)에 의해 설립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미션 아래, 이미지 기반의 소셜 미디어로 출발한 핀터레스트는 디자이너, 예술가, 취미생활자를 위한 시각적 북마크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초기에는 개인이 ‘핀(Pin)’으로 이미지를 저장하고 ‘보드(Board)’로 카테고리화하며 영감을 조직화할 수 있는 점이 호평받았다. 2011년 말까지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셜 미디어로 기록되었다.


2015년: 글로벌 성장과 상업적 가능성 부각
2015년, 핀터레스트는 매출 없이도 기업가치 38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페이스북, 트위터와 함께 세계 3대 소셜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이 시기 디자인 커뮤니티에서는 핀터레스트를 레퍼런스 탐색 도구로 적극 활용했다. *월간 디자인*은 핀터레스트를 “시각적 영감의 보고”로 묘사하며, 디자이너들이 포트폴리오 구성과 트렌드 분석에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상업적 잠재력이 부각되며 ‘구매 가능한 핀(Shoppable Pins)’ 기능이 도입되었고, 플랫폼이 점차 마케팅 채널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21년: 한국 시장 진출과 Z세대 호응
2021년, 핀터레스트는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사용자 기반을 확대했다. *디자인베이스*는 디자이너들이 핀터레스트를 비핸스(Behance)와 함께 필수 레퍼런스 사이트로 활용한다고 언급하며, 고품질 이미지로 창의적 영감을 얻는 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기사화 된 것은 트랜드가 이미 끝이 왔다고 했던가... 디자이너에게 만족을 주던 핀터레스터는 이 시기가 정점이었을지 모른다. 

이 시기 Z세대는 핀터레스트를 단순한 레퍼런스 도구를 넘어 패션, 뷰티, 인테리어 트렌드 탐색 플랫폼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2년: 창의적 영감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 중심의 플랫폼으로 전환

빌 레디(Bill Ready)는 핀터레스트(Pinterest)의 CEO로 2022년 6월 29일부터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임명은 핀터레스트가 창의적 영감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 중심의 플랫폼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변화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레디는 AI를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면서도 디지털 웰빙을 강조했다. Favikon은 레디가 지속 가능성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American Bar Association 대담에서 AI가 핀터레스트의 콘텐츠 추천과 상거래 기능을 어떻게 혁신하는지 논의하며, 윤리적 기술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4-2025년: Z세대 중심 성장과 커머스화 가속
2024년, 핀터레스트의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는 5억 명을 돌파했고, 한국 사용자 수는 611만 명으로 5년 새 3배 증가했다. *조선비즈*는 Z세대가 ‘핀터레스트 감성’으로 불리는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하며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패션, 메이크업, SNS 콘텐츠 제작에 핀터레스트를 활용하며, 플랫폼은 쇼핑 허브로 자리 잡았다. *우먼이코노미*는 미국 패션 브랜드들이 핀터레스트를 주요 마케팅 채널로 사용하며, 이미지 클릭 시 브랜드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구조가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통계에 따르면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의 평균 구매액은 다른 소셜 미디어 대비 40% 높다.

[출처: 조선비즈](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5/05/23/NW6II5KL6BDSRHSSFD7GGK67QY/)

[출처: 여성경제신문 ](https://www.woman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5961)

플랫폼의 커머스화가 가속화되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검색을 기반으로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 추천하며, AI 생성 이미지가 플랫폼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는 독창적 영감보다는 상업적 콘텐츠와 유사한 스타일의 이미지가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2. 디자이너 이탈 현상과 그 원인

AI 이미지의 범람과 창의성 저하
최근 핀터레스트는 AI 생성 이미지의 비중 증가로 인해 콘텐츠의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간 디자인*의 2024년 기사에 따르면, AI 이미지들은 고품질이지만 유사한 스타일과 완벽한 비주얼로 인해 “시각적 피로”를 유발한다. 디자이너들은 과거 핀터레스트에서 발견한 불완전하지만 독특한 이미지들에서 영감을 얻었으나, AI 이미지의 표준화된 미학은 깊이 있는 관찰과 창의적 사고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모델들의 “완벽한 비율과 비슷한 얼굴”은 매력 분석의 여지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디자이너의 체류 시간을 단축시켰다.


알고리즘 중심의 상업화
핀터레스트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클릭과 검색 이력을 학습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는 상업적 제품 추천으로 치우쳐 있다. *디자인베이스*는 2025년 기사에서 “핀터레스트가 영감의 공간에서 쇼핑몰로 변질되었다”며, 디자이너들이 독창적 작업물을 찾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특히 ‘쇼핑 가능 핀’은 브랜드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며, 독립 디자이너나 예술가의 작업이 묻히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초기 핀터레스트의 “시각적 발견”이라는 가치를 훼손했다는 평가다.


디자이너의 대안 플랫폼 이동
디자이너들은 핀터레스트 대신 비핸스, 드리블(Dribbble), 아트스테이션(ArtStation)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자인베이스*는 비핸스가 전 세계 디자이너의 고품질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며, 드리블은 검증된 디자이너들의 단일 샷 이미지를 통해 영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들 플랫폼은 상업적 광고보다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를 우선시하며, 디자이너들이 더 깊이 있는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마무리하며

디자이너 김어진(일상의 실천 공동대표)은 *월간 디자인* 인터뷰에서 “디자인 플랫폼은 상업적 도구로 전락하면 창의적 가치를 잃는다”며, 핀터레스트의 상업화가 디자이너의 이탈을 가속화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디자인 윤리학자 나이젤 화이틀리는 *사회를 위한 디자인*에서 "디자이너가 사회적 책임과 창의성을 유지하려면 상업적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핀터레스트의 현재 방향성과 디자이너의 이상이 충돌함을 보여준다.

핀터레스트는 2010년 창의적 영감의 공간으로 시작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구글을 대체하는 이미지 검색의 중심 플렛폼으로 자리잡고 이어서 Z세대와 브랜드를 사로잡으며 성장했지만, 커머스화와 AI 이미지의 범람으로 초기 매력을 잃고 있다. 디자인베이스에서 이야기한 대로 상업적 콘텐츠의 우선 노출로 인해 독창적 작업물에 대한 접근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지적처럼, 디자이너들은 표준화된 콘텐츠와 상업적 알고리즘에 실망하며 비핸스, 드리블 같은 대안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핀터레스트가 창작자 중심의 가치를 회복하지 않는 한, 디자이너 이탈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