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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ame Arts/Mir(미르의 전설)

[인터뷰/칼럼][인터뷰] 김원태

by Nabaram 2025. 2. 19.

"아트웍의 보강은 게임 비주얼 퀄리티를 월등히 높여줍니다.”

위메이드 아트디렉터 김원태 팀장과 나눈 아트웍에 대한 이야기

2004-03-25

송근우기자 egtree@cgland.com

ⓒ 디지털브러시 & cgland.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분야를 꼽자면 아트웍(Artwork)이라는 분야가 아닐까?

아트웍이란 게임의 세계관을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말한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게임 초기 단계에서는 일단 만들고 보자라는 마인드가 강했다. 따라서 기초라는 부분에 아무래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아트웍이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개념이었다.

산업이 한 단계를 넘어 더욱 발전하고자 한다면, 탄탄한 기본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게임업계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기본을 돌아보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즉 프리프로덕션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조류에 따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아트웍이다.

cgLand는 아트웍 분야에 신경 쓰고 있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가 신규게임을 개발 중인 아트디렉터 김원태 팀장과 아트웍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아트웍은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이하 위메이드) 신규개발 1팀 아트디렉터 김원태 팀장은 아트웍이란 개념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게임에 당장 필요한 그림을 주문에 따라 그리던 기존의 원화 팀과는 다르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아트웍은 감독이나 기획자, 3D 담당자 등과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게임 세계관을 이미지화하는 일종의 창조적인 작업입니다.”

 

현재 김 팀장이 몸담고 있는 위메이드 신규개발 1팀은 총 7명 가운데 3명이 아트웍 팀으로 소속되어있다.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3명이나 되는 인원이 아트웍 팀에 투입된 것은 이미지 컨셉을 초반부터 확실히 잡고 게임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개발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게임 개발 도중 필요에 의해 배경이라든가 인물들이 급조되는 형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초 작업을 튼튼히 해서 짜임새 있게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게 위메이드 신규개발 1팀의 계획이다.

 

“앞으로 작업 진행이 점점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작업자가 충원되더라도 어떤 게임을 만드는지 이미지를 통해 훨씬 빨리 이해하고 적응 할 것입니다.”

 

기초를 확실히 다져놓은 다음의 게임 개발은 다른 게임보다 훨씬 개발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김 팀장은 장담한다.

게임 퀄리티를 한층 높여주는 아트웍

아트웍 단계에서의 더욱 치밀한 준비는 게임 개발의 속도는 물론 게임의 퀄리티도 많이 높여준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2002년 중반부터 원화가 아닌 아트웍이란 개념을 적용했다. 당시 김 팀장은 박용순씨와 함께 콘티와 이미지 보드 작업을 같이 했다. “극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한 장면 배치 및 라이팅과 이펙트, 색감 등에 대한 세세한 지정까지 아트웍 작업 때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미르의 전설 3’ 동영상은 멋있는 장면이 더 눈에 뜨이고 완성도 있는 장면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팀장은 이 작업을 아트웍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자신 있게 꼽는다.

위메이드는 이후의 모든 동영상 작업을 아트웍 팀에서 초기설정을 확실히 한 뒤 진행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확립하게 된다. 최근 공개된 위메이드의 신작 ‘알비온’의 동영상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회사에서는 디자인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입장이지요.” 김 팀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위메이드 박관호 대표가 항상 강조하는 말을 인용했다.

 

“프로그램이나 3D적인 것은 기술입니다. 기술은 자금, 시간을 투자하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이나 디자인적인 부분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창조적인 형태의 것들을 신경 써야 합니다.”

게임의 세계관 표현

김 팀장은 조만간 본 작업이 본격 진행될 새 게임의 세계를 구현하느라 바쁘다. 요즘 김 팀장의 주 관심사는 기획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절하게 그림으로 표현하느냐다.

 

“일 주일에 한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직위 구분 없이 누구나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게임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도 환경 구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한 지역이 있으면, 우선 자연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고려합니다. 고원지대인지 열대우림지대인지. 또한 건축물은 어떤 형태가 되는지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특정한 지역 건축물을 넣어보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자료를 찾습니다. 응용되는 스케치를 많이 해보고, 스케치 가운데 잘 잡힌 방향을 심화해서 컬러링 작업을 한 뒤 사람들에게 선보입니다.”

주인공 캐릭터 디자인하기

김 팀장은 요즘 주인공 캐릭터를 개발 중이다.

 

“주인공은 중요하니까 계속 준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이번 게임은 세 종족이 나온다고 한다. 김 팀장의 요즘 작업은 종족별 특징과 레벨이 올라갔을 때의 복장, 장비, 형태의 변화 등에 대한 개념을 잡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캐릭터들과의 형평성도 주요고려 대상이다. “주인공은 각 캐릭터들과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합니다.”

 

다음은 김 팀장이 제공한 미르의 전설 2의 한 캐릭터인 여 술사 의상 디자인 과정이다.

 

A. 여 술사 의상 디자인 과정1

컨셉디자이너, 기획, 그래픽디자이너, 감독이 함께 회의하고 결정을 내린다.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1차 실무형 디자인 과정.

 

1. 러프스케치를 통해 형태 중심의 결정을 한다.

2. 컬러링과 세부디자인을 진행하여 2차 색감까지 결정을 내린다.

3. 형태와 색감까지 합의가 된 상태에서 뒷면과 세부 설정도면을 제작. 3D 디자이너에게 넘기면서 다음 캐릭터의 디자인으로 들어간다.

B. 여 술사 의상 디자인 과정2

그래픽 팀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다음 캐릭터를 디자인하면서 틈나는 대로 지켜본다. 모델링의 완성에도 여러 단계의 협의과정을 거치며 수정작업을 한다.

4. 게임에 적합한 로우폴리곤으로 특징을 살려 단순화시킨다. 몇 가지 예를 전.후면으로 출력, 비교하면서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낸다.

 

5. 실제 게임화면에서 배경과 잘 어울리는지 다른 캐릭터들과 레벨 조정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여 최종 결정, 게임에 적용시킨다. 적어도 이 부분까지가 캐릭터디자인 실무가 끝나는 지점이다.

6. 같은 직업의 남자 캐릭터의 제작도 같은 과정으로 이뤄진다. 어느 정도 그 직업 복장의 개념이 통일된 상태이므로 시간은 단축된다.

C. 여 술사 의상 디자인 과정3

7. 홍보용으로 홈페이지와 잡지에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한다. 작업 시간상 컨셉디자인의 형태를 보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과정은 기획자와 홍보 담당자와의 관계로 이뤄 지는데 그림의 질을 떠나 캐릭터가 가지는 이미지(특히 얼굴)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8. 여 술사의 홍보 이미지 완성까지는 5개의 머리를 교체했는데 예쁜 얼굴의 여자를 그리는 것이 서툴다는 것을 통감하는 기회였다고 김원태 팀장은 술회했다.

위메이드의 독립스튜디오에서 신작을 개발하는 김원태 팀장. 응원 나온 류기덕 이사와 신작 팀원들.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문제

“기획이나 3D 등 다른 파트 사람들과 계속 수정작업을 해야 하니까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중요합니다.”

 

김 팀장은 가장 짜증날 때를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될 때라고 말한다. “여러 번 수정작업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발이 안 맞거나 말이 안 통할 때, 그러니까 납득이 가지 않을 때가 제일 짜증나지요.”

 

주로 자기 분야만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잦고 이해력이 느리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실력은 있으나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은 팀 작업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팀의 단합을 깨고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사람이지요. 팀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팀원들과의 화합입니다.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밖에 안 됩니다.”

 

아트센터스쿨에 일주일에 한 번 게임그래픽 관련 강의를 하러 나가는 김 팀장은 학생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강조한다고 한다.

 

김 팀장은 요즘 3ds 맥스 공부에 흠뻑 빠져있다고 한다. 이번에 팀원으로 합류한 조배성씨(artman으로 알려져 있다)와 장홍탁 팀장(어린 시절 같이 미술 공부했던 친구)으로부터 틈틈이 지도를 받고 있다. 아트디렉터로서는 3D 작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이 같은 공부를 자처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작업을 아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도 많은 도움이 되므로.

 

게임계 입문

김 팀장은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특히 인물화를 주로 그렸던 김 팀장은 졸업 이후 4년간 부산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2번의 개인전도 개최했다. 그러나 작가로서 살아가는데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미술계의 순수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했으며 그 결과,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러던 차에 김 팀장은 45일간의 인도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 이 여행에서 김 팀장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한 가지 경험을 더 하자는 생각.. 그러니까 저질러 보자!”

 

한국에 돌아온 뒤 김 팀장은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쉽게 얘기하자면 무작정 상경. 공교롭게도 올라가는 기차에서 위메이드로부터 면접 제의 전화를 받았다.

 

위메이드 장홍탁 팀장의 소개로 김 팀장의 홈페이지를 살펴보았던 류기덕 이사가 면접을 결정한 것이다. 장 팀장은 김 팀장과 어렸을 때부터 미술 공부를 같이했던 친구 사이다. 면접 결과 김 팀장은 위메이드에 입사하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게임 그래픽을 시작하게 된다.

 

“순수 미술 하던 때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김원태 팀장은 인도여행 이후에 자신이 ‘저질렀던’ 결단에 만족하고 있다.

 

의외로 이쪽 업계에서 더 잘 그리는 사람들을 종종 발견했다고 김 팀장은 털어놓는다. “그림이 전공인 사람들은 화가나 시각디자인로만 자신을 국한시키지 말고 여러 가지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순수 미술 하겠다는 고집만 버리면 더 재미있는 세상을 발견할 수 있죠.” 물론 후배들에게 게임 그래픽에 대한 권유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 팀장은 여린 얼굴 속에 따뜻함이 숨어있는 사람이다. 예술가다운 길고 고운 손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결코 유순하거나 유약하지 않은 사람이다. 가장 단적인 예로 최근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들 수 있다. 탄핵에 대한 의견을 그림으로 표현해 달라는 cgLand 이벤트에 김 팀장은 즉각 그림을 올려 자신의 분노와 실망을 표현했다.

 

물론 이벤트를 위해 그린 그림은 아니었다.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한 뒤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사람이 아니라 게임에 나오는 때려잡아야 할 몬스터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러한 느낌을 일필휘지로 표현한 것이 이 그림이다.

 

개인적으로 김원태 팀장은 작업자로서 좀더 독창적인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아트디렉터로서는 게임 제작의 좋은 선례를 남기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4년 김원태 팀장의 노력이 어떤 성과를 이루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김팀장의 홈페이지는 www.nabaram.com이다. 김 팀장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트웍에 도움이 될 유명작가의 홈페이지들도 링크되어 있다. 방문하면 여러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인터뷰는 김원태 팀장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지만, 독자를 고려해 경어체로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출처: http://media.cgland.com/news.html?part=&modes=view&page=697&no=2751&word=

 

미디어[media.cgland.com]

게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분야를 꼽자면 아트웍(Artwork)이라는 분야가 아닐까? 아트웍이란 게임의 세계관을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media.cgland.com

 

PS. 이 시점에 돌아보며

“아트웍은 최근에 만들어진 개념입니다.”라는 서두의 인터뷰 내용처럼 지금 시점에선 잘못된 내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시 원화팀이라고 불리던 팀의 성격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원화, 동화라는 애니회사의 업무 분류의 한계에 갖혀 있기도 했고, 원화라 불리는 작업 개념도 아니다 싶었죠. 아트웍은 게임이나 어떤 산업의 미술관련 업무뿐 아니라 창작업무 전반을 이야기합니다. 그러하기에 당시 내가 전담했던 원화팀이라 불리던 2D아티스트의 집단을 아트웍팀이라 조직개편 했습니다. 우리가 게임의 그림이 그려지는 시작이니까요.